시중에 흔치않은 귀한 차를 소개합니다.

200g 소병으로 제작된 '생태여아공병'입니다. 1통은 5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측에 乙酉年春 雨前春尖(을유년춘 우전춘첨) 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네요. 을유년(乙酉年)이니 2005년 아니면 1945년인데, 상식적으로 2005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

외포장에서는 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이 차의 출처에 관해 이런 저런 설들이 많습니다.

내표에는 차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 차는 포랑산 생태차지역의 어린 봄잎으로 정성껏 만들어 차품이 매우 좋다'라는 내용입니다.

이 차는 같은 포장 양식으로 200g 소병과 400g 병차가 생산되었는데 크기와 상관없이 200g 소병이 훨씬 높게 평가받고 가격 또한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400g 병차는 포랑산 차청을 원료로 만들었고 200g 소병은 노반장차를 원료로 만들었다들 합니다. 왠지 그럴듯하네요. 이러나저러나 지금은 둘다 시장에 물량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저도 400g 실물은 보지 못했기 때문에 차품의 차이에 대해서는 뭐라 언급하기가 어렵네요.

병면이 단정하고 어린 잎들이 많이 보입니다. 내비와 함께 2000년대 초중반에 유행했던 금사대(金絲帶)가 들어있습니다. 다른 차와의 구분을 위해 붉은띠(紅絲帶)나 금실(金絲帶)를 넣는게 잠시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뒷면도 깔끔하고 어린 잎들이 많이 보입니다. 완전 건창으로 습의 영향이 전혀없이 잘 보관되었습니다.

우릴 때 부터 차향이 범상치 않습니다. 묵직하면서 독특한 진향을 느낄 수 있는데 15년을 훌쩍 넘어 완숙해져가는 이상적인 진년 보이차의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고삽미는 많이 희미해졌고 삽미 보다는 고미가 약간 더 느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상이 찌뿌려질 것 같은 쓴맛이 아니라 입안을 꽉 채우면서 '맛이 진하다'고 느낄 정도의 기분 좋은 맛입니다. 목넘김 후 바로 느껴지는 회감에 '정말 좋은차구나!'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어린 잎을 많이 썼지만 충분히 맛이 진하고 그 맛이 꾸준히 이어집니다. 맛의 밸런스와 바디감이 단연 뛰어나며 차를 조금만 아는 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포랑산차 특유의 차운(茶韻)이 있습니다.

좋은 원료와 깔끔한 보관상태를 알 수 있는 엽저입니다.

이 차의 차품이 워낙 뛰어나고 개성이 있다보니 이 차를 접한 애호가들은 이 차를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으나 항간의 소문중 가장 유력한 설 두가지는 이 차가 '맹해차창에서 만들어졌으며 반장차로 만들어졌다'는 것과, 이 차가 '맹해차창의 기술주임이던 두경지(杜琼芝)여사가 관여해 만든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포랑족 출신인 두(杜) 여사는 1978년 맹해차창에 입사해 25년 이상을 근속하며 각종 차의 가공, 생산, 품질관리, 병배등에 깊숙히 관여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 맹해차창이 개편될 무렵 맹해차창을 떠나 잠시 흥해차창에 몸 담았고 이듬해인 2005년 붕정차창의 창장이 되었습니다. 시기적으로 뭔가 좀 안맞는 것 같은데 해만차창의 추병량 선생이나 육대차산차창의 완전용 여사가 맹해차창을 떠날 무렵의 생산되었다는 차들을 떠올려보면 또 100% 아니다 라고 단정하기도 애매합니다. 어차피 포장에 떡하니 찍혀있지 않는 이상 그저 심증일 뿐이니 가능성 있는 참고사항 정도로만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차의 장래성을 논하는 것은 어렵고 신중한 판단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 차는 외부적인 요소를 차치하고 차품만을 놓고 봤을 때 명백하게 뛰어난 차이고 그 장래성 또한 무척 기대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차 TOP5 안에 들어가는 차입니다. 보이차를 즐기는 소장가시라면 이 차 '생태여아공병'과 반장차창의 2005년 '마방진경기념병' 이 두편을 꼭 비교시음 해보세요. 가격을 떠나 정말 좋은 차들이며 좋은 면에서의 공통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