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해경운차창에서 출품한 '포랑산' 입니다. 가을차 라는 의미에서 '봄차는 화려하고 가을차는 향이 좋다'는 의미의 춘화추향(春華秋香) 이라는 관용구가 들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봄차가 가을차에 비해 보통 30% 정도 비싸고 일반 소비자들은 두 차의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러 가을차임을 표시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 때문에 믿을만한 판매자나 소장가를 통할 수 있어야 차에 대한 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보통은 경험과 감관에 따라 '짐작'하는 수 밖에 없지요.

포장을 열면 건차상태의 향이 무척 좋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차는 노만아를 중심으로 포랑산 지역의 쇄청모차를 병배해 만들었습니다. 2000년 이후 반장차가 뜨기 시작한 후로 포랑산 차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으며 양질의 포랑산 순료로 뭘 만든다는 것은 극심한 원가 부담을 감당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자그마한 차창이나 업체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이 차도 극히 소량 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치는 않은데 제 기억으로는 10건 미만이 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종의 비자발적 희소성이 있습니다.

생산 직후 한국으로 수입되어 계속 한국에서 보관되었습니다. 완전 건창에 보관상태는 나무랄 것 없습니다.

7g 정도를 우렸습니다.

진기에 부합하는 맑고 진한 탕색입니다. 구감이 매끄럽고 거슬림이 없어 목넘김이 부드럽습니다.

보통 10년 넘은 괜찮은 중기차들을 설명할 때는 '지금 마셔도 좋고, 잘 보관해 진년 노차로 즐겨도 좋다'라는 말이 의례적으로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이 차는 아니네요. 고삽미를 즐기는 일부 매니아층을 제외하고는 지금 당장 먹기에 좀 부담스러운 차입니다. 매끄러운 구감과는 별도로 첫 모금에 느껴지는 고삽미의 강렬함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이러한 고삽미는 패기(覇氣)로 대변되는 포랑산 차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고 목넘김 후 입안을 채우는 단맛의 선명함을 감안하면 이 차의 장래성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마시기에 좀 부담스럽다는 거지요. 8년 정도 기다려보면 어떻게 변할까요?

원료의 우수성이나 보관상태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차품의 장래도 기대가 됩니다. 마치 다 긁지 않은 복권과 같은 차입니다. 1등은 어렵겠지만 꽝은 이미 피했고, 시간을 두고 남은 숫자를 맞춰봤을 때 2등이 될지 3등이 될지 기대되는 차라 하겠습니다. 선 굵고 맛이 진한 차를 선호하는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