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방의 맛' 이라는 의미를 지닌 방지미입니다. '맹해숙차의 운치(맹해숙운)' 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맹해지역의 모차를 원료로 만든 숙차입니다.

맹해경운차창에서 제조했으며 제작당시부터 한국으로의 수출을 염두에 둔 상품이라 한글표시사항이 병기되어 있습니다. 품질유지기한이 15년으로 표시되어있어 언뜻 생각하기에는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것 아니냐?'라고 여길수도 있지만 보이차는 후발효차이고 올바른 조건에서만 보관한다면 50년이든 100년이든 괜찮습니다. 다만 당시의 관련법규에 맞추어 표시하다보니 이렇게 표시될 수 밖에 없었을 뿐입니다. 지금은 또 규정이 바뀌어 후발효차들의 유통/품질유지기한 표시는 좀더 여유가 생겼습니다.(후발효식품의 경우 정해진 조건에 부합하게 보관한다면 특정유통기간 없이 장기보관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보이차 업계의 관례에 비추어 보면 그리 많은 양이 생산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생산직후 대부분 한국으로 수입되어 그간 쭉 건창으로 보관되었습니다.

앞면은 약간 살면되어 궁정급의 어린 잎들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포부터 맑고 깨끗한 탕색이 차에 대한 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깨끗하게 잘 보관되어 숙향숙미도 거의 사라졌고 부드럽고 순한 구감 덕분에 무척 편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단맛이 아주 풍부해 이 정도라면 숙차를 별로 즐기지 않는 분들도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를 거듭해가면서 찻잎이 풀리자 차탕은 진해지지만 농밀함이 더해질 뿐 쓰고 떫거나 구감상 불편한 점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매포 마시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냥 마셔도 좋지만 뭔가 기름진 음식을 먹고 이 차를 한모금 한다면 입안도 깔끔해지고 속도 편해질 것 같네요. 여러모로 일상에서 즐기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는 숙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