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노동지의 토끼띠 기념병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굉도패엽' 1kg 대병입니다.

일반 병차와 달리 이처럼 개별 케이스에 들어있는 특별 규격의 차들은 가능하면 깨고 싶지 않은게 보통사람의 마음 아닌가 싶습니다.

굉도패엽 대병은 이무차구(易武茶區)의 쇄청고수차를 원료로 만들었습니다.

일단 외관상 병면이 무척 보기좋고, 차향도 흠잡을 데 없이 좋습니다. 긴압은 다소 단단한 편이네요.

이런 차는 어디가서 샘플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아깝지만 맛을 안보고 차를 논할 수는 없으니 눈물을 머금고 한 편을 뽀갰습니다. (쪼갠 김에 되는대로 몇 분에게 맛 볼 수 있는 기회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첫포를 마시는 순간, 맛보기를 잘했다 싶습니다. 이무차라 부드럽고 순한 맛만을 먼저 떠올렸습니다만 예상외의 쌉쌀한 고삽미가 먼저 입안을 놀래킵니다. 하지만 이 과하지 않은 고삽미는 순식간에 단맛으로 화(化)합니다. 찻물이 부드럽게 목을 넘어간 후 썰물이 밀물로 변하듯 목 안쪽을 거슬러 온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빈 입안이 풍성함으로 가득 찬 느낌에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근래에 맛본 대형차창 신차 가운데서 손에 꼽을만큼 맛있네요.

차를 마신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입안에 은은한 차향이 남아있습니다. 이 정도 차품이라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1건에 4편 밖에 안되니 되는대로 소장하고 있다가 정말 귀한 분에게 선물하든지 곁에 두고 오랫동안 즐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