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해차창에서 노차두를 압병해 만든 숙병 '진향 노차두(陳香老茶頭) 칠자병' 입니다.

05년 이전 차들이 대개 그렇듯 포장에 차의 생산시기에 대한 표시가 따로 없습니다. 제가 여기저기 뒤져보니 포장 중앙의 그림과 비슷한 디자인을 겸순차창에서 사용한 적이 있네요. 그때가 대략 2003년 즈음인 것 같습니다. 정황상 이 차도 그 시기를 전후해 02년~04년즈음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보수적으로 04년 정도를 생산시기로 추정해 보는데 실제 차를 시음해봤을때의 느낌도 대체로 그 정도 같습니다.

<겸순차창의 포랑산 궁정숙병>

노차두를 긴압한 것이라 병면 생김새부터 일반 숙병과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간혹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오래된 노차두들은 대부분이 산차(散茶)형태 일겁니다. 이 차는 제가 만난 노차두 병차 가운데서는 가장 오래된 축에 들어가네요. 그만큼 차품도 우수합니다.

6.5g 정도를 우렸습니다.

사진에서처럼 탕색이 매우 진하게 잘나옵니다. 진한 탕색과 달리 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뒷맛이 깔끔해 마시는데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노차두는 숙차를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어린 잎들이 뭉쳐서 풀어지지 않고 굳어진 것으로, 찻잎 자체만으로 본다면 고급 차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뭉쳐있어 투박해보일 뿐이죠. 이 차는 숙미 숙향 거의 없고 구감 또한 부드러워 술술 편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단맛 또한 좋아서 맛만 놓고 본다면 90년대 숙차들과 비견할 만 하다고 봅니다. 내포성 또한 매우 좋습니다.

분명히 숙차이면서도 보통의 숙차와는 구별되는 개성과 풍미가 있습니다. 희소한 진년 노차두 병차인만큼 숙차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한통 정도 소장해두고 평소에 즐기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