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태집단의 2005년 (노진적차)포랑을 소개합니다. 05년 차이니 진기도 거의 20년이 되었는데 상대적으로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창태집단의 죽통 포장은 나름 특징이 있습니다. 맨 위를 덮고 있는 죽순껍질이 비교적 밝은 색이고, 철사를 쓰지 않고 대나무 줄로 묶었습니다. 포장이 살짝 헐거운 편이라 오래된 차일수록 통포장이 바스라진 경우가 많습니다. 무심코 차를 들다가 아랫부분이 쑥 빠지는 경우가 흔하니 약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요즘 중국 보이차 시장 상황을 보면, 천정부지로 오르던 대익차 가격은 많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줄고있고, 나름 지명도가 있으면서 가격이 덜 올랐던 회사의 차들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경기에 주머니 사정이 안좋다보니 비싸고 좋은 차 보다는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서 괜찮은 차를 고르는 쪽으로 방향이 조금 바뀐 듯 합니다.

죽통을 열면 맨 위에 있는 병차는 책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이 비교적 많습니다. 사진의 차는 비교적 적은 편이고 더 많은 것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이라 하겠습니다. 찻잎을 먹지 않고 종이만 먹는 것이라 차품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두번째 차부터는 비교적 깨끗합니다.

창태의 차들이 대개 그러하듯 1편이 400g 규격입니다. 신생보이연감에는 357g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도록의 표기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장을 열면 미세하게 습 먹은 티가 나지만 병면에 딱히 백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진기에 비해 농익은 느낌을 줍니다. 외관으로는 정상적인 범위내의 병면으로 보이네요.

노진적차老陳的茶는 '노진(老陳)의 차'라는 뜻인데, 이 차의 영문명 'Mr.Chen's tea' 를 보면 의미가 좀더 쉽게 와 닿습니다. 여기서 진陳은 창태집단의 회장 진세회陳世懷 선생을 말합니다. 중국어에서 성 앞에 노老 자를 붙이는 것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중년의 애칭 비슷한 것으로 나이가 젊다면(어리다면) 소小를 붙이겠지요.

노진적차 시리즈는 다양한 지역의 차가 있고, 개중에는 고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창태집단의 차 중에 고가인 것은 이창호 시리즈와 노진적차 시리즈입니다. 그 외의 잡다한 차들은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포랑은 노진적차 시리즈 중에서는 비교적 싼 편이긴 하나 일반 창태 제품에 비하면 비싼 편입니다.

광동에서 내내 보관된 차라 자연습을 조금 먹어 일부 차들의 병면을 보면 아주 미세하게 백상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완전 건창이라고 하기엔 다소 손색이 있습니다만 이 차를 한국에서 보관하면 몇 달만 지나도 거풍 되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광동창으로 보관되어 탕색이 아주 진하게 잘 나오고 내포성도 매우 좋습니다. 첫포에서 살짝 습먹은 티가 나지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어 보입니다. 보이차, 특히 생차는 세월이 지날수록 발효도가 올라가면서 차성이 부드러워지고 차탕도 진해집니다. 처음에는 차성이 강해서 많이 마시기에 부담이 됩니다만 세월이 자날수록 점점 부드러워져서 물대신 마셔도 괜찮게 됩니다. 이 차가 바로 그렇습니다.

엽저를 보면 딱딱한 것이 거의 없이 정상적인 노차의 엽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소한 단점이 있지만 전체적인 상태와 가격을 감안할 때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 하다, 아니 꽤 좋은 조건이다 라고 판단됩니다. 쨍한 건창차를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권하지 않겠습니다만 보통 수준의 기호를 가진 보이차 애호가라면 지금처럼 가격이 저렴할 때 1,2통 소장해 두고 미래를 기약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