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하지만, 아무래도 날이 더울때는 뜨거운 차보다는 시원한 음료가 더 끌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인지 더운 여름시즌에는 어지간한 차를 마셔서는 별로 입에 차지 않기 마련이고 혹여 수준낮은 저품질의 차를 마시면 안그래도 더운데 더 짜증이 나게됩니다. 그러니 이럴때일수록 본인에게 익숙하거나 아니면 수준이 좀 있는(?) 차를 찾게됩니다. 듣보잡 브랜드의 대지 병배차는 최악입니다. (일이 아니라면) 싸다고 아무거나 덜컥 입에 대면 안됩니다. 득보다 실이 큽니다.

이 차는 반장차엽유한공사(반장차창)에서 2007년 출시한 반장호 라는 차입니다. 제가 나름 괜찮게 생각하는 노만아 브랜드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 차를 처음 봤을 때는 반장호라는 이름 때문에 오히려 조금은 안좋게 보기도 했습니다. 아무 원료나 섞어서 대충 만들어놓고 반장이라는 이름을 빌려 쉽게 장사 하려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죠.

내표를 보면 이 차의 원료는 반장, 포랑, 남나산의 노수교목쇄청차를 원료로 했다고 되어 있네요. 물론 항상 불신에 가득차 있는 저야 이 말을 100% 믿어주지 않습니다. 다만, 아예 듣보잡 차로 만든 건 아니겠구나... 라고 정상참작 정도 해줄수는 있겠네요.

그런데 이런 불신지옥에 빠져있던 마음이 실제 병면을 보면서 조금 바뀝니다. 일단 외관이 너무 깔끔하고 잎들이 예쁜데다, 보관상태 또한 좋습니다. 은은한 차향 또한 참 만족스럽습니다. 차를 오래 접하신 분들이라면 알법한, 절로 기대가 되는 전형적으로 잘 익은 중기차의 외관입니다.

병면에서부터 짙은 찻잎과 어린 백호가 변한 금호의 대비가 선명합니다.

앞면에 비해서는 살짝 손색이 있어보이는 뒷면입니다만 그래도 어린 잎의 비율이 적지 않습니다. 충분히 양해가 되는 수준입니다. 병면에서 보이는 잎의 구성, 보관상태, 그리고 건차향에서 이미 이 차는 프리패스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적당히 6.5g 정도를 우려봅니다.

차탕의 향 또한 기대에 부합합니다. 대표적인 포랑, 노만아 차라고 할 수 있는 마방진경이나 생태여아공병 feel 이 살짝 느껴지는 것도 같습니다.

차탕에 힘이 있고,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차 이름에 걸맞게 적당한 수준의 고삽미가 있는데 이게 마냥 쓰고 떫다 라는 느낌보다 차에 패기라는게 있다면 이런식일까? 싶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완전히 공복상태로 시음한게 아니었는데도 머리가 맑아지다못해 쨍한 느낌도 드네요. 입안을 채우는 구감, 부드럽고 깔끔한 목넘김, 그리고 마신 후 은은하게 도는 단맛까지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병면과 차탕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던 엽저상태입니다. 상태 좋네요. (제게 뭐라할 권한은 없지만) 이 정도 차품이라면 반장호 라는 이름이 그리 아깝지 않습니다. 20년, 30년 묵으면 정말 호급차에 비해서도 꿀릴 게 없을거 같아요.

2024년 현재, 반장차창 공식적으로는 대략 3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차입니다. 살짝 비싼 감이 있긴 하지만 차품을 고려하면 말이 안되는 건 아닌 수준입니다. 다만 다행히도 간혹 시중에서는 그보다 조금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혹시 더 저렴하게 구할 기회가 있다면 득템이라 할만하니 기회가 있다면 시음도 해보고 몇 통 소장하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