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유기생태병차 (명전차)
상세 정보를 확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남교차창에서 2004년 출품한 유기생태병차 입니다. 하단에는 명전차(明前茶)라고 수공개인(도장)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중(中)자가 특히 크게 인쇄되어 있는데 대구중(大口中)이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습이나 백상의 흔적이 전혀없는 깔끔한 병면입니다. 20년 진기 청병이 이렇게 깨끗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개는 자연습 정도는 기본값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 차는 건창이다못해 좀 마르게 보관된 듯 합니다.
7g 정도를 우려봤습니다.
초반 차탕에서는 옅은 연미와 묵은 차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약간의 습만 추가된다면 딱 광동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입니다. 지금은 한국 사람들이 느끼기에 아... 꽤 묵은 차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고삽미는 많이 사그라들어 딱히 거슬림이 없고 단맛은 오밀조밀하게 느껴집니다. 구감은 여운이 길게 느껴진다기보다 딱 떨어지는 스타일입니다. 유기생태 라는 말을 100% 믿진 않지만 유기생태차라 그런가? 하면 그래서 그런가보다 싶기도 합니다.
포를 거듭하며 찻잎이 풀리면 차의 스타일이 좀더 드러납니다. 정확한 원료산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어 아쉬운데 대중적인 포랑이나 이무차의 특징과는 궤를 달리하는 개성이 있습니다.
이 차는 꽤 진기가 되는 생차인만큼 시차를 두고 두 세번 시음해봤는데 기본적인 스타일은 같지만 마실 때 마다 느낌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정돈되고 정갈해지는 느낌입니다. 아마 오랫동안 창고에 묵혀뒀던 차인만큼 차가 깨어나는데(醒茶) 시간이 좀 필요하기도 하겠고 계절적으로도 지금이 겨울인만큼 차가 좀더 말라있어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름 장마철을 지나고나면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지네요.
명전차라길래 엽저를 좀 뒤적거려봤습니다. 어린 잎들이 보이긴 하는 걸 보니 포장에 쓰인 것들이 100% 거짓말은 아니었나봅니다. 이 차는 좀더 지켜봤다 오픈할 생각인데 설도 다가오고해서 시험삼아 한 건만 분양해볼까합니다. 20년 진기의 건창 봄차라니... 88청병은 아니더라도 한두 편 소장하고 맛볼만큼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